거실에 둔 프리지어가 튤립처럼 통통하게 피었다. 집 밖에선 할 일을 다 한 목련이 툭툭 떨어진다. 4월에 필 벚꽃 서둘러 피고, 사방에서 방긋거리던 매화는 벌써 지고 없다. 좁쌀을 튀긴 듯 배부르게 쏟아지는 조팝나무 꽃이 그 빈자리를 채운다. 감탄할 일 많은 이런 계절엔 책 따위 안 읽어도 좋지 않은가.

하지만 봄을 품은 좋은 글을 읽으면 봄맛이 더 산다. 그 맛을 벌써 아는 청춘이 저 돗자리 위에도 있었다. 김소연 시인의 <한 글자 사전>에 다행히도 ''이 있었다. 오늘의 봄과 닮은 두 문단을 이곳에 옮긴다.



(183-184쪽)

• "우리 동네 골목엔 간신히 핀 목련이 질 준비를 하고 벚꽃이 갓 피기 시작했다올해는 유독 꽃 개화기를 표시한 지도를 인터넷에서 뒤졌고카메라를 들고 꽃을 찾아 기웃거렸다사람들은 아직도 패딩점퍼 차림이지만 꽃은 천천히 북상하고 있다.

한 친구는 봄나물을 정성스레 무쳐서 식사에 초대했고한 친구는 곰취 장아찌를 담가 보내주었고나는 시장에 나가 달래와 냉이와 쑥을 사와서 된장국을 끓였다아직도 추울 뿐이지만봄이 짧아져서 언젠간 사라질지도 모른단 생각에, ''이라는 발음을 입 밖으로 자꾸 내어 따스함을 보태본다봄은 그냥 봄이 아니라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있는 기적 중 하나니까."



Posted by 쓰는_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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