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주에 나온 기사까지 꼼꼼히 찾아 읽으며 <이상한 정상 가족>(동아시아, 2017)을 읽었습니다. 읽는 내내 깊은 한숨이 흘러나오는 고통스러운 이야기들을 절반도 읽지 못한 채 몇 시간이 흘렀지만, 이렇게 읽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어요. 지독한 학대 끝에 숨은 거둔 아이들의 기사를 읽으며, 가장 약한 사람의 절규를 뒤늦게 들으며, 참혹하고 참담했습니다.

자식을 소유물로 대할 때, 부모가 저지를 수 있는 끔찍한 일은 학대뿐이 아닙니다. 저자 김희경은 아동인권단체에서 일하면서 "불행한 상황에 처한 한국 어린이·청소년들 사이에도 양극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과보호'와 '방임'이라는 양극단에서, 우리 아이들은 놀 권리를 박탈당한 채 살아갑니다. 미국의 상담전문가 개리 랜드리스는 말했어요. "새들은 날아다니고, 물고기는 헤엄을 치고, 아이들은 놀이를 한다"고. 자연의 섭리와 같은 그 일을 한국의 아이들은 하지 못합니다.


(73쪽)
• "졸업하고 나면 학교 화장실이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마음 편히 놀 데가 화장실밖에 없거든요. 재미있었다는 생각도 들겠지만 놀 수 있는 데가 그곳뿐이었다는 게 슬플 것 같아요."


'어디에서 노니?'라는 물음에 대한 12살 가연이의 답입니다. 이 말을 들으며 작년 겨울, 뉴질랜드에서 만난 두 꼬마가 떠올랐습니다. 아이들이 마음껏 올라탈 수 있는 멋진 나무가 가득한 식물원을 짝꿍과 산책하던 중이었어요. 저만치 떨어져 우리 쪽을 쭈뼛거리며 바라보던 두 꼬마가 갑자기 앞을 가로막더니, "두 분께 노래를 들려드리고 싶어요. 저희가 직접 만든 노래인데 들어보시겠어요?"라고 묻는 거예요. 순간 당황스러웠지만 일단 들려달라고 했죠.


잠시 후 저희 앞에는 꼬마 뮤지컬배우 둘이 서 있었어요. 수줍던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손가락을 튕기며 박자를 맞추더니 둘이서 미리 연습한 춤까지 추더라고요. 솔직히 노래 연습은 더 해야 할 것 같았지만 표정과 자신감만큼은 프로였어요. 노래가 끝나자 먼 발치에서 지켜보던 엄마가 다가와 이렇게 말했어요. "아이들이 열심히 연습했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 않아서 시무룩해 있었어요. 조금 전에 한 공연이 이 아이들의 데뷔 무대예요. 끝까지 들어주셔서 감사해요"라고요.

한쪽에선 다른 아이들이 나무를 타고, 넓은 수목원을 실컷 뛰어다니고 있었어요. 이 두 꼬마는 오랜 기간 엄마의 응원을 받으며 노래를 만들고 연습했을 거예요. 아기 때 이민을 와서 뉴질랜드에서만 학교를 다닌, 친구의 16살 조카는 "한국 친구들이 불쌍해요"라고 말했어요. "여기서는 학교에서 뭘 가장 중요하게 배워요?" 하고 물으니 망설임 없이 답하더군요. "커뮤니케이션이요. 선생님들이 수업 시간에 옆 친구랑 대화하라고 해요. 누군가를 만났을 때 먼저 인사하고 누구와도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거, 그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친구의 집으로 돌아가는 길, 한 초등학교를 지나는데 아이들이 신나는 표정으로 학교 담장을 넘고 있었어요. 담장 안 놀이터에도 뛰어다니는 아이들이 가득했고요. "놀 데가 화장실" 밖에 없는 한국 아이들, 가장 간절하게 원하는 것이 '놀 권리'인 아이들에게 우리는 무슨 짓을 하는 걸까요? 우리는 지금 무엇을 위해 죽도록 뛰고 있는 걸까요?


(11-12쪽)
• "'정상가족' 안에서 여성을 억압하는 성차별적 위계구조 못지않게 아이들을 억압하는 것은 자녀를 소유물처럼 대하고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며 자녀를 통해 자신의 인생을 증명하려 드는 부모라는 권력이다. 또한 '정상가족'의 바깥에서 비정상으로 간주되는 가족관계에 속한 아이들은 차별을 넘어 종종 생명의 위협을 받는 상황에까지 놓이기 십상이다.

나는 가족 내에서 가장 취약한 사람인 아이를 중심에 놓고 우리의 가족, 가족주의가 불러오는 세상의 문제들을 바라보자고 제안하고 싶어 이 책을 썼다."


"가족은 정말 울타리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그동안 물을 필요가 없이 당연했던 것들이 정말 당연한지 묻습니다. 당연하지 않다면, 가족이 그렇게 문제라면, 함께 살아가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야기합니다. 함께 살아가기 위해, 작은 곳에서부터 변화를 만들기 위해, 죽어가는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함께 읽고 싶은 책입니다.

Posted by 쓰는_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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