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 통영에는 4월이면 벚꽃이 만발하는 동네 '봉수골'이 있습니다. 골목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타일 장식이 멋진 #전혁림미술관, 동네를 더 아늑하게 하는 #봄날의책방 이 보입니다. 제가 참 좋아하는 출판사 #남해의봄날 에서 운영하는 책방이에요.

몇 년 전부터 '다른 방식의 일', '다른 삶'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저는 관련된 책들을 닥치는 대로 읽기 시작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책장을 훑어보다 우연히 발견했어요. 그 중 여러 권의 책등에 같은 로고가 찍혀 있다는 걸. 색이 꽉 찬 동그라미 안에 별 하나가 빛나고 있는, 출판사 '남해의봄날'의 로고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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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의봄날은 세상에 꼭 필요한 좋은 책, 나무를 베어도 아깝지 않을 책을 만듭니다. 소신을 갖고 용기 있는 삶을 선택한 사람들의 가슴 뛰는 이야기를 담은 비전북스와, 우리나라의 크고 작은 도시, 지역에 애정을 갖고 뿌리내려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로컬북스를 출간합니다."  (출처: namhaebom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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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북스'로 분류되는 도서 중 저는 <어떤 일, 어떤 삶> 시리즈를 좋아하는데요, 2018년 3월 현재, 총 4권이 출간되었고 얼마 전 제3권을 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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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젊은 기획자에게 묻다>_기획은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가?
02 <젊은 오너셰프에게 묻다>_사람들은 왜 당신의 작은 식당을 즐겨 찾는가?
03 <젊은 만화가에게 묻다>_작가의 이야기는 어떻게 독자를 사로잡는가?
04 <젊은 소셜벤처에게 묻다>_어떻게 비즈니스로 세상을 바꾸는가?

<젊은 만화가에게 묻다>(남해의봄날, 2017)는 <어쿠스틱 라이프>의 난다, <닥터 프로스트>의 이종범, <생각보다 맑은>의 한지원, <혼자를 기르는 법>의 김정연, <유미의 세포들>의 이동건, 그리고 에필로그를 쓴 윤태호까지, 6명 만화가의 일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인터뷰집이에요. 인터뷰이 각각의 작업방식과 개성이 모두 다른 데다, 인터뷰를 진행한 위근우 기자의 시선과 해석 역시 또렷해서 읽는 내내 탄탄함이 느껴지는 책이었어요.

그중에서도 <혼자를 기르는 법>을 쓰고 그린, 김정연 만화가의 인터뷰가 아주 인상적이었어요. 도서관에서 이 책을 단숨에 읽고는 바로 <혼자를 기르는 법>을 찾아서 봤는데요, 1쪽에 3컷씩 2쪽, 즉 6컷 만화로 하나의 이야기가 끝나는데도 어찌나 내용이 탄탄한지. 2쪽으로 끝나는 잘 쓴 에세이를 수십 편 읽는 기분이었어요.

오늘은 '일을 선택하는 기준'에 대한 <젊은 만화가에게 묻다> 속 김정연 작가의 대답과, <혼자를 기르는 법 1>(창비, 2017)에 나오는 이야기 한 편을 함께 나눌까 합니다. 아래 만화를 읽다가 도서관에서 빵 터지는 바람에 속으로 웃느라 힘들었어요 ㅋㅋ

• (156-157쪽)
"안 할 이유가 아니라 해야 할 이유를 찾으려고 해요. 그러다 보니 다른 분들이 볼 땐 '쟤는 저런 일도 안 하네?'라는 말을 들을 만한 결정을 하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거 같아요."

안 할 이유가 아닌 할 이유를 찾는다. 얼핏 들으면 능동적으로 일을 하자는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반대다. 어떤 제안에 대해 안 해야 할 이유를 찾다 보면 결국 손해만 아니면 하게 된다. 당장 내 돈을 까먹는 게 아니면, 어차피 남는 시간 좀 쓴다고 내 스케줄이 꼬일 게 아니라면, 안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할 이유를 찾는 건 다르다. 나의 노력에 대한 확실한 보상이 있는가? 그 보상은 무엇인가? 그것은 분명 나에게 도움이 되는 보상인가? 이런 질문을 통해서만 해야 할 일인지 아닌지가 드러난다. 조금 더 간단히 설명하자면, 안 해도 될 이유를 찾으면 안 해도 될 일을 제외한 모든 일을 하게 되고, 해야 할 이유를 찾으면 해야 할 일만 하게 된다.

김정연 작가가 본인의 삶과 창작 활동에서 꽤 유용하게 사용하는 스스로에 대한 질문과 기준은 그의 작품이 독자에게 그러하듯, 상당히 적절한 통찰을 제공해 준다. 자신의 생활 안에서 겪는 불만족과 부조리에서 작품의 주제 의식을 찾고, 또한 작품의 문제의식을 자신의 삶 안에서 실천해 가는 그의 태도는 그리 현란하지 않은 화법 속에서도 상당히 직관적이고 일관된 논리의 언어로 정리되어 나온다.

Posted by 쓰는_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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