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그림들을 보면 '우와, 대단하다!' '어떻게 저렇게 그리지?' 늘 궁금했어요. 타고난 재능이려니 생각했죠. 저로선 흉내도 못 낼 일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이제야 비법을 알았습니다. 매주 화요일, 종로구 원서동에서 만나는 그림 선생님(@hajungsummer) 덕분이에요.

그림을 배운 적 없는 선생님은 3년 전 어느 날, 그냥 그리기 시작했대요. 다른 그림들을 자세히 관찰하고, 따라서 그려보고, 이렇게 저렇게 그리고, 또 그려보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었죠. 그렇게 터득한 자신만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나눠주세요.

선생님의 설명에는 늘 '과정'이 있어요. 학생들이 왜 실수하는지, 어떻게 하면 원하는 느낌으로 표현되는지 다 알고 계시죠. 7번을 만나는 동안 단 한 번도 '~하면 안 된다'는 말을 듣지 못했어요. 망쳤다 싶은 그림에도 "이렇게 살짝만 더해주면 멋지죠?", "대충 그리세요. 그래야 더 매력 있어요", "똑같이 그릴 필요 없어요. 그리고 싶은 걸 그리면 돼요", "아주 좋은데요" 같은 말들로 용기를 주신답니다. 그 칭찬의 힘으로 매주 완성작이 탄생해요.

7번째 수업에서 배운 비법은 '(최소) 3단계로 그리기'. 처음부터 완벽하게 그리려고 하면 오히려 시간이 오래 걸려요. 시간을 줄이고 더 잘 표현하는 방법은 여러 번 그리는 거예요. 1단계, 연필로 간단한 스케치를 하면서 구도를 잡습니다. 2단계, 색을 추가하면서 생각한 색들이 잘 어울리는지 관찰합니다. 이때 무엇을 먼저 그리고 나중에 그릴지, 실수를 통해 찾게 돼요. 3단계에는 1-2단계에서 결정한 내용으로 그림을 완성해요. 이렇게 (최소) 3단계로 나누어 그리다 보면 시작할 때의 막막함은 사라지고 원하는 느낌의 그림을 만나게 되는 거죠. 얼마나 신기하고 뿌듯한지!

사진 속 첫 번째 그림은 마지막 3단계의 그림이에요. 그 다음은 1-2단계의 것이고요. 처음에는 옆모습을 그리는 것도, 무엇을 넣고 뺄지 결정하는 것도 무척 어려웠는데, 3단계로 나누어 그렸더니 따뜻한 느낌의 그림이 완성됐어요. 

이 사람도 마찬가지예요. 일단 전체적인 형태만 잡으며 비율을 결정하고, 어떤 색이 어울릴지 칠해보고,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그리면서 디테일을 더해 완성하는 거죠.

4박 5일 제주 여행을 하면서 그리고 싶은 순간을 여러 번 만났어요. 작은 엽서와 펜을 늘 들고 다녔는데 결국 한 장도 못 그렸죠. 한 번에 완성하려는 욕심 때문이었어요. 방법을 알았으니 이제 1단계부터 시작해보려고요. 마지막 사진이 그 시작의 결과물인데요, 지금은 어설픈 스케치이지만 3단계를 지나면 어떤 그림으로 바뀔지 저도 궁금하네요.

무언가 막막할 때,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결정하기 힘들 때, 단계를 나눠보세요. 그림 그리기에만 적용하기엔 아까운 비법이잖아요 :)


Posted by 쓰는_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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